그녀의 첫 출근
10년차 영업실장이 들려주는 신입 매니저 이야기

목요일 오후 7시 가게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우리 가게 3년차 에이스 매니저 수진이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뒤에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

첫 만남과 간단한 면접

"실장님 제 친구예요. 내일부터 같이 일하고 싶다는데..."

수진이가 뒤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친구를 살짝 밀었다. 스물네 살쥈 되어 보이는 긴장한 표정의 여성이었다.

어색한 첫 인사

10년간 이 일을 하면서 수백 명의 신입 매니저를 만났다. 그들의 첫날 표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

신입 매니저의 첫 출근 날 모습
신입 매니저의 첫 출근 날 모습
010-9895-4366

"안녕하세요! 편하게 들어오세요. 커피 드실래요?"

일부러 밝게 인사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특히 이 업계는 더 그렇다. 편견과 선입견의 벽을 넘으려면 처음부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 네 감사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 이름은 지원이라고 했다.

중요한 면접 내용

사무실로 안내해 자리에 앉혔다. 수진이가 옆에서 격려하듯 지원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실장님 지원이 좀 잘 부탁드려요.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고 있어요."

면접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기본적인 인적사항 확인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지원 씨 우선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우리는 합법적인 1종 유흥주점이에요. 절대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습니다."

지원이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는 게 보였다.

"손님들과 술 마시고 대화하는 게 주된 일이에요. 노래방 기기도 있어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손님이 있다면 즉시 저한테 알려주세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돈은 정직하게 정산해드려요. 일한 만큼 확실하게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첫 출근 날의 풍경

다음 날 저녁 7시 지원이가 출근했다. 화장을 하고 옷도 갈아입었는데 여전히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오늘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돼요. 다른 언니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8시가 되자 예약 손님들이 밀려들어왔다. 금요일 저녁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실장님 여기 매니저 더 필요해요!"

어쩔 수 없이 지원이도 투입해야 했다.

"지원 씨 너무 긴장하지 마요. 203호실 손님들인데 단골이라 매너 좋아요. 그냥 편하게 대화하면 돼요."

바쁜 금요일 저녁 업소의 모습
바쁜 금요일 저녁 업소의 모습
010-9895-4366

첫 손님과의 만남

203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지원이의 뒷모습이 떨리고 있었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늘 신입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손님들은 친절했다. 40대 중반의 중소기업 사장님들이었는데 오히려 지원이를 편하게 대해줬다.

"아이고 긴장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서운 사람들 아니에요."

한 시간쥈 지나 슬쩍 203호실을 들여다봤다. 지원이가 웃으며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긴장이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트러블

밤 11시즈음 문제가 생겼다. 207호실 손님이 지원이를 지명했는데 그 손님은 악명 높은 진상이었다.

"저 손님은 안 돼. 신입한테는 특히."

내가 직접 207호실로 갔다.

"죄송합니다. 그 매니저는 오늘 스케줄이 끝났습니다."

"아니 방금 봤는데 왜 끝났다는 거야?"

"신입이라 오늘은 일찍 퇴근시키기로 했습니다."

불만스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신입 매니저를 보호하는 것도 내 중요한 역할이다.

셋째 날 지원이가 울면서 나를 찾아왔다.

"실장님... 저 이 일 계속해도 될까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손님 중 한 명이 "이런 일 하는 여자랑은 결혼 못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원 씨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예요. 우리는 정당한 노동을 하고 있어요. 자부심 가지세요."

그래도 상처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매니저들의 다양한 사연

10년간 만난 매니저들의 사연은 정말 다양했다.

다양한 배경의 매니저들

대학 등록금을 위해 일하는 학생.

아픈 부모님 병원비를 위해 일하는 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

사업 실패 후 재기를 준비하는 여성.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꿈 많은 청춘.

그들 모두에게 이곳은 잠시 거쳐가는 곳이다. 하지만 그 '잠시'가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의 사례

성공적으로 이 일을 마친 사례들:

A양: 2년 일하고 유학 자금 마련 현재 미국 변호사

B양: 3년 일하고 가게 오픈 현재 프랜차이즈 대표

C양: 1년 일하고 결혼 현재 행복한 주부

D양: 4년 일하고 은퇴 현재 부동산 투자자

실패한 사례들:

E양: 도박 중독으로 전 재산 탕진

F양: 우울증 발병으로 치료 중

G양: 약물 의존으로 재활원

H양: 스토커 피해로 신변 보호

양극단의 사례들이지만 대부분은 중간 어딘가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매니저들의 다양한 사연과 성공 사례
매니저들의 다양한 사연과 성공 사례
010-9895-4366

실장의 역할과 책임

영업실장으로서 내 역할은 복잡하다.

마담과 실장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마담과 실장의 역할을 헷갈려 한다.

마담은 주로 매니저 관리에 집중한다. 출퇴근 체크 의상 관리 손님 배정 등. 반면 실장은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손님 관리 매출 관리 그리고 직원 복지까지.

나는 실장이지만 마담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 가게 특성상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매니저들의 개인적인 고민도 듣게 된다.

"실장님 저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서..."

"실장님 어머니가 아프셔서 며칠 쉬어야..."

"실장님 그 손님 너무 힘들어요..."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순 없지만 최대한 들으려 노력한다. 그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언니고 친구니까.

손님에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매니저들에겐 안전한 근무 환경을 보장해야 하고 사장님에겐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때론 이 세 가지가 충돌한다. 손님이 원하는 것과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를 때. 수익을 위해 매니저를 혹사시켜야 할 때. 매니저를 보호하려다 손님을 잃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을 선택하려 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믿으니까.

현실적인 조언들

신입 매니저들에게 항상 하는 조언이 있다.

첫째 경계선을 명확히 하라.

"손님은 손님이에요. 친구도 연인도 아닙니다."

둘째 건강을 챙겨라.

"술을 마시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해요."

셋째 목표를 가져라.

"이 일을 왜 하는지 언제까지 할 건지 명확히 하세요."

넷째 자존감을 지켜라.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가치관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미래를 준비하라.

"이 일을 하면서도 다른 준비를 병행하세요."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지원이가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왔다.

"실장님 이거 드세요."

"어? 무슨 일이야?"

"그냥... 감사해서요."

지원이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첫날 너무 긴장했는데 실장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보여줬다. 통장 잔고였다.

"이번 달에 이만큼 벌었어요. 집에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숫자를 보니 꽤 괜찮은 금액이었다. 신입치고는 상당한 수입이었다.

"앞으로 6개월만 더 하면 집 빚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장이 매니저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조언
실장이 매니저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조언
010-9895-4366

일의 의미와 에필로그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

누군가에겐 기회가 누군가에겐 시련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지원이의 첫 출근을 도왔듯이 앞으로도 많은 신입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적어도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만큼은 안전하고 공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가끔 특별한 날들이 있다.

생일인 매니저를 위해 다같이 케이크를 준비한 날.

합격 소식을 들고 온 매니저와 함께 기뻐한 날.

마지막 출근을 하는 매니저를 배웅한 날.

결혼식에 초대받아 축하해준 날.

이런 날들이 쌓여 10년이 되었다.

오늘도 새로운 얼굴이 문을 두드린다.

"저... 일 하고 싶은데요..."

또 다른 '첫 출근'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미소 지으며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커피 한잔 하시면서 이야기해요."

그녀의 첫 출근이 좋은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좋은 마무리가 되기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블로그 목록으로 문의하기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