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꽤나 웃긴 아니 어쩌면 씁쓸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1종 유흥업소의 임대료가 동네 편의점보다 저렴하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나조차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유흥업계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강남 한복판의 아이러니한 현실
물론 시설 면에서 최신식은 아니다. 벽지 한 귀퉁이가 들떠있을 수도 있고 화장실 타일 몇 개가 금이 가 있을 수도 있다. 에어컨은 10년 전 모델이고 조명은 LED로 교체하지 못한 할로겐 전구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들이 월 200만원 선에 나와있다는 사실은 업계 종사자로서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편의점보다 싼 임대료의 충격
강남역 일대 상가 전문 부동산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A4 용지에 빼곡히 적힌 매물 리스트 중 절반 이상이 유흥업소 관련 매물이다. '권리금 없음' '즉시 입주 가능' '가격 협의 가능' 같은 문구들이 빨간 글씨로 강조되어 있다. 10년 전만 해도 권리금만 수억을 호가하던 자리들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업종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다. 건물주들도 이제는 유흥업소를 고집하지 않는다. 카페든 식당이든 심지어 학원이든 월세만 제때 낼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건물주들조차 유흥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극과 극으로 갈라진 시장
현재 강남 일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업소들의 임대료는 월 2000만원에서 2500만원 선이다. 이들은 수입 대리석으로 마감한 바닥 크리스털 샹들리에 최신 음향 시스템 VIP룸마다 설치된 공기청정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반면 월 200만원대 매물들은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극단 사이에 중간층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월 800만원에서 1500만원 사이 매물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남아있는 것들마저 장기간 공실 상태다. 이는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돈 있는 손님들은 최고급만 찾고 그렇지 않은 손님들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풍경
2020년 시작된 팬데믹은 유흥업계에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손님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돌아오지 않는 손님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회식 문화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MZ세대는 유흥업소보다 와인바나 위스키바를 선호한다. 기업들의 접대 문화도 완전히 바뀌었다. 김영란법 이후 시작된 변화가 코로나를 거치며 완전히 정착했다. 이제 거래처 접대는 골프장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뤄진다. 룸살롱으로 2차를 가는 문화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한 부동산 중개사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유흥업소 자리가 나오면 대기자가 줄을 섰어요. 지금은 3개월 6개월씩 공실이에요. 임대료 깎아줘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의 말에는 시장의 차가운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20-30대들은 유흥업소를 '꼰대 문화'의 상징으로 본다. 그들에게 룸살롱은 아버지 세대의 공간이지 자신들의 공간이 아니다. 대신 그들은 루프탑 바 스피크이지 바 내추럴 와인 바를 찾는다.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문화적 코드가 완전히 다르다.
업계 종사자들의 현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오랜 시간 이 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단골 손님들 덕분에 월 임대료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다.
운 좋게도 그리고 불행하게도
'라포'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인간적 유대다. 그들은 내가 힘들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나 역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런 관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단골 손님들도 하나둘 발길을 끊고 있다. 누군가는 은퇴했고 누군가는 건강 문제로 또 누군가는 가정 문제로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새로운 손님은 줄어들고 기존 손님은 떠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붙잡을 수 없는 것들
동료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내가 아는 사람 중 열 명이 넘게 이 업계를 떠났다. 누군가는 치킨집을 차렸고 누군가는 카페를 열었다. 또 누군가는 아예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일해온 형님은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적어도 정직하게 번 돈이니까"라는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가장 힘든 것은 떠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아질 거야"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3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작년에도 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조차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
임대료가 편의점보다 싸졌다는 것은 단순히 경기가 나쁘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업계 전체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와의 충돌
젊은 세대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만남도 틴더나 탄탄 같은 앱으로 술자리도 온라인 화상 회식으로 대체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유흥업소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일부 업소들은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명확하다. 플랫폼의 정책상 직접적인 홍보가 불가능하고 은유적으로 돌려 말해도 계정이 정지되기 일쑤다. 결국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입소문조차 끊기고 있다.
희망의 끝을 놓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역사를 보면 어떤 산업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형태를 바꾸고 규모를 조정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생존해왔다. 유흥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일부 업소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문화 공간으로의 전환 회원제 살롱으로의 고급화 또는 합법적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의 전환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성공 사례는 아직 많지 않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월 200만원짜리 유흥업소 임대 매물을 보며 웃음이 나오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것이 우리 업계의 현주소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바닥을 쳤으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물론 그 '올라감'이 과거로의 회귀는 아닐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일 것이다. 그 변화의 주체가 우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모든 동료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웃으며 "그때 참 힘들었지"라고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새벽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했다. 곧 동이 틀 것이다.
강남 편의점보다 싼 유흥업소 임대료. 이것은 단순한 부동산 시세 이야기가 아니다.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우리는 그 변곡점에 서 있다. 어디로 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